대학생들은 중국이 싫다고 말한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시사·이슈 게시판에 올라온 2211일 이후 중국 관련 게시물 40건을 분석했다. 건넛마을 아이언맨(미국)이 옆집 사는 이소룡(중국)의 횡포를 막아줄 수 없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한숨이 들린다. *한한령과 **동북공정 같은 중국의 행보에 대한 분노도 느껴진다. 중국인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 표현도 보인다. 전체 게시물 중 중국에 우호적인 글은 한 건도 없었다.

 

▲ 김 교수가 자신의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을 들고 있다. 자료= 김희교 교수
▲ 김 교수가 자신의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을 들고 있다. 자료= 김희교 교수

 

반중정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김희교 교수(동문산)는 이러한 흐름을 짱깨주의로 정의했다. 그는 중국을 향한 분노와 폭력성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한다. 한국 사회에 깊어지는 중국 혐오를 다룬 책 짱깨주의의 탄생을 쓴 동기이기도 하다. 중국 전문가인 김희교 교수를 만나 20대의 짱깨주의를 물었다.

 

짱깨주의는 유사인종주의

 

김 교수는 중국을 향해 나타나는 국민 정서가 특이하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를 하면 중국이 싫다가 80%, 미국이 좋다가 90%입니다. 두 수치 모두 세계에서 가장 높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두 나라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강대국의 부상에서 느끼는 위협은 전 세계가 다 똑같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혐오가 강하게 나타나요. 그런 점에서 중국의 문제 때문에 우리가 분노한다고 해석할 순 없다고 봅니다그는 한국인이 갖는 정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 “중국에 대한 현재의 태도는 유사인종주의입니다

 

짱깨주의는 왜 문제인가

 

김 교수는 혐오가 이유를 막론하고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중국을 향해 분노할 논리적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짱깨주의가 위기의 시대에 국익에 이롭지 못한 태도라고 말한다. “트럼프 시기부터 적극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어요. 민주주의 체제를 쓰는 국가가 뭉쳐서 중국을 막자는 가치 동맹과 기술을 보유한 국가까지 함께 중국의 부상을 막자는 기술 동맹두 가지 축으로 진행됐죠. 한국은 과거엔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현재에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중국이 부상하는 데 따르는 위협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주는 군사 안보적, 경제적 위험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요. 예를 들어 미국은 계속 중국과 대만, 홍콩 문제를 가지고 계속 트러블을 만들어요. 근데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의 군사적 안보는 굉장히 위태로워집니다. 경제적 손실도 막심하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유럽이 경제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겁니다세계화 시대에서 모든 국가는 서로의 운명을 긴밀하게 공유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비이성적인 태도로 중국 정책을 이끌어 나가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20대에게 뿌리 내린 짱깨주의

 

중국을 혐오하는 정서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여러 원인 중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전후 체제의 붕괴이다. “전후 체제 질서의 핵심 중 하나가 자유무역인데 미국이 그 규칙을 무시하고 있어요. 특정 나라와의 무역을 금지하기도 하고 자국의 제품 사용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요.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선 외부의 적을 찾는 경향이 있다 보니 중국이 대상이 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세계가 미국 중심 체계로 가야 한다고 판단하는 친미주의 세력과 동아시아에서 적대적 진영 체제가 구축돼야 이롭다고 생각하는 군사주의 세력 역시 중국 혐오를 양산하는 축이다. 소비주의적 태도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그는 이 부분에서 20대 청년들을 언급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감정이나 혐오로 전환해 해소하려는 소비주의적 정체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대에서 반중 감정이 제일 높게 나타나는 건 이 부분이 강해져서 그래요” 20대의 짱깨주의가 갖는 특이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질문했다. “20대는 근본적인 불안을 갖고 있는 세대입니다. 경제적 생존권이 닫혀 있는데 그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는 거예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니 격양된 감정들만 배출하게 되고, 그 대상 중 하나가 중국인 것이죠

 

혐오 해결의 열쇠는 주인의식

 

20대의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구도 안에서 머문다. 청년들은 누구와 관계를 맺는 것이 한국에 더 이로울지 저울질한다. 김 교수는 고민의 출발점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에 앞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이 어떤 국가를 만들고 살아갈 것인지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서 중국과 미국을 대하면 돼요.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두 국가를 활용하는 겁니다.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해요.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어요주도적으로 국가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일침에 주인의식을 지닐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올바른 세계관을 가져야 해요. 세계 속에서 한국을 어떤 모습으로 위치 지을 것인가, 나는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책을 읽어야 해요. 핸드폰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정보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식을 구하세요. 다음으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세요. 여러 사람을 만나서 각자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세요. 마지막으로 뭉쳐서 무언가가를 하세요. 혼자서는 금방 지칩니다. 함께 논의하면 생각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어요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 주인의식을 갖고 국가를 설계하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을 잘 사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개인의 삶과 세계가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혐오를 해결하기 위해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힘이 필요하다. 단순히 감정을 해소하고 위안 받는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생산자의 정체성을 지녀야 하는 이유이다.

 

*한한령: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20167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적용되고 있다.

**동북공정: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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